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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의 역사는 자유와 보호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브레턴우즈 체제와 WTO(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산업 공동화와 무역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결국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함께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질서가 바로 ‘턴베리 체제’입니다.
턴베리 체제는 과거에 존재했던 ‘턴베리 체제’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기존의 턴베리 체제는 1978년 G8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었지만, 현재의 턴베리 체제는 자유무역의 종식을 선언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2025년 턴베리에서 있었던 미국과 EU 간의 무역 합의를 기반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국익 중심의 무역을 표방하는 ‘트럼프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턴베리 체제는 더 이상 ‘자유’의 시대가 아닌, ‘보호’와 ‘국익’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합니다.

턴베리 체제의 등장: WTO 체제의 종식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경제적 조치를 넘어,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WTO 체제의 종식을 선언하는 행보였습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WTO 체제는 미국 산업의 일자리와 경제적 안정을 해쳤으며, 특히 중국과 같은 국가들의 성장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WTO 체제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바로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 즉 ‘트럼프 라운드’를 구축하는 초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2025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EU 집행위원장이 맺은 무역 협정을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이 협정은 단순한 양자 간 합의가 아니라, WTO라는 다자간 기구의 모호한 이상을 벗어나 구체적인 국익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무역 협상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턴베리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질서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입니다.
턴베리 체제의 핵심: 관세의 무기화와 국익 우선주의
턴베리 체제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관세의 무기화’입니다. 자유무역 시대에 관세는 점차 사라져야 할 장벽으로 인식되었지만, 턴베리 체제에서는 강력한 협상 수단이자 보복의 도구로 부활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라는 ‘당근’과 고율의 관세라는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며 각국을 상대로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익 우선주의’는 턴베리 체제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기존의 다자간 협상 틀에서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턴베리 체제는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 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내 산업을 재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신(新) 턴베리 체제가 가져올 변화와 파급효과
턴베리 체제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입니다. 각국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기 위해 양자 협상에 나설 것입니다. 이는 효율성을 추구하던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무역 장벽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로 바꾸게 만들 것입니다.
둘째, 무역 분쟁의 상시화입니다. WTO와 같은 중재 기구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국가 간의 무역 갈등은 양자 간의 힘겨루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관세 보복이 즉각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빈번해질 것입니다.
셋째, 환율 및 자본 흐름의 변화입니다. 턴베리 체제는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통화 및 금융 정책까지 포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은 통화가치 조정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 위기를 기회로
신 턴베리 체제의 도래는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 큰 위기이자 도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첫째,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와 같이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통상 정책을 총괄하고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여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국익을 챙기는 실용적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둘째, 산업의 혁신과 다변화가 중요합니다. 미국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또한, 디지털 무역, 환경 기술 등 새로운 분야의 국제 규범을 선도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턴베리 체제는 안보와 경제를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유리한 무역 협상 조건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